에릭 호데즈, 뀌베 데 끄레이에르: 앙보네 그랑 크뤼의 정수를 담은 샴페인
앙보네의 별, 에릭 호데즈를 만나다
샴페인 지역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의 중심부, 그랑 크뤼(Grand Cru) 마을 앙보네(Ambonnay)는 피노 누아(Pinot Noir)의 성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이 땅에서 8대째 포도 재배를 이어오고 있는 에릭 호데즈(Eric Rodez)는 단순한 재배자가 아닌, RM(Récoltant-Manipulant) 생산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자적인 스타일의 샴페인을 만들어내는 장인입니다. 그의 와이너리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샴페인 애호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명실상부한 떠오르는 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가 만들어내는 샴페인 중에서도 핵심 큐베이션인 '뀌베 데 끄레이에르(Cuvée des Crayères)'에 대해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떼루아의 숨결을 담는 양조 철학
에릭 호데즈는 화학 공학을 전공한 과학적 배경과 여러 유명 샤토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과학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그의 철학은 '떼루아의 표현'에 있습니다. 그는 각 포도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포도밭을 30개 이상의 작은 구획으로 나누어 관리하며, 최소한의 개입으로 포도 본연의 맛을 이끌어냅니다. 발효는 자연 효모에 의존하며, 말로락틱 발효(MLF)는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선하고 선명한 산도를 유지합니다. 오크통 숙성을 적극 활용하되, 그 맛이 과도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통을 관리하는 것도 그의 특징입니다.
뀌베 데 끄레이에르(Cuvée des Crayères)의 정체성
'끄레이에르(Crayères)'는 샴페인 지역의 전형적인 백악암 지하 저장고를 의미합니다. 이 이름은 이 샴페인이 그러한 깊은 지하에서 장기간 숙성되어 풍부함과 복잡성을 얻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뀌베 데 끄레이에르는 에릭 호데즈의 플래그십 NV(Non-Vintage) 블렌드로, 앙보네 그랑 크뤼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Chardonnay)가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룹니다. 대략 6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얻은 최상의 포도만을 엄선하여 만들어지며, 오크통에서 발효 및 숙성된 와인은 최소 3년 이상의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됩니다.
한 번쯤 접한 리뷰를 떠올려보면, "열고 나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브리딩을 해주고 나서 훨씬 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는 이 샴페인이 단순한 과일향을 넘어선, 공기와 접촉하며 점차 펼쳐지는 복잡한 향과 맛의 레이어를 가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초기의 강렬한 느낌('초키한 부분')보다는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풍미의 진화를 즐기는 매력이 있는 샴페인입니다.
에릭 호데즈 주요 샴페인 비교
에릭 호데즈는 다양한 스타일의 샴페인을 생산합니다. 그의 대표작들을 비교해보면 각각의 개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제품명 | 주요 품종 비율 | 특징 및 양조법 | 스타일 키워드 |
|---|---|---|---|
| 뀌베 데 끄레이에르 (NV) | 피노 누아 50%, 샤르도네 50% | 앙보네 그랑 크뤼 포도. 오크통 발효/숙성. 장기 병숙성(3년+). RM 생산자의 정수. | 균형, 파워, 복잡성, 진화 |
| 뀌베 데 그랑 빈티지 (Cuvée des Grands Vintages) | 피노 누아 70% 이상 (추정), 샤르도네 | 최고의 빈티지 포도로만 제작. 오크통 양조, MLF 미실행. 특별한 해의 떼루아 표현. | 집중도, 광물질, 순수한 과일, 빈티지 특성 |
| 앙보네 블랑 드 블랑 (Ambonnay Blanc de Blancs) | 샤르도네 100% | 앙보네의 샤르도네만으로 제작. 우아함과 미네랄리티를 강조. | 우아, 신선함, 미네랄, 정교함 |
| 앙보네 로제 (Ambonnay Rosé) | 피노 누아 100% (살짝 담금질 방식) | 피노 누아의 풍부한 과일성에 로제의 생기 부여. | 생기, 붉은 과일, 다채로움 |
뀌베 데 끄레이에르, 어떻게 즐길까?
이 샴페인을 최고의 상태로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합니다.
- 적정 온도: 10-12°C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차갑게 하면 복잡한 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디캔팅 & 브리딩: 위의 리뷰처럼, 병을 열고 글라스에 따라 1-2시간 정도 공기와 접촉하게 하는 브리딩(Breathing) 시간을 주면 훨씬 풍부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디캔터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 음식 페어링: 풍부한 바디와 복잡한 향미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메뉴를 추천합니다.
- 크림 소스를 곁들인 흰살생선 요리 (예: 로브스터 리조또)
- 구운 가금류 (예: 허브 치킨, 퀘일)
- 버터 향이 강한 조개류 요리
- 산치즈 (예: 콩테, 그뤼에르)
- 적절한 글라스: 향을 모아주는 튤립 모양의 샴페인 글라스나, 백와인 글라스를 사용하면 그 풍미를 더 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장인 정신이 빚어낸 가치
에릭 호데즈의 샴페인, 특히 뀌베 데 끄레이에르는 대량 생산되는 하우스 샴페인과는 분명히 다른 매력을 지닙니다. 그것은 한 명의 생산자가 자신의 땅과 포도,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진정성'입니다. 각 빈티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항상 앙보네 그랑 크뤼의 피노 누아가 주는 구조감과 파워, 그리고 샤르도네가 더해주는 우아함과 신선함이 공존합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자체가 이 샴페인을 즐기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샴페인 세계에서 RM 생산자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지금, 에릭 호데즈는 그 정점에 서 있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기분 전환의 음료가 아닌, 마시는 이로 하여금 고민과 열정, 그리고 땅의 이야기를 느끼게 하는 진정한 예술품에 가까운 샴페인을 찾는 분이라면, 에릭 호데즈의 뀌베 데 끄레이에르에 주목해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한 모금에 담긴 앙보네의 깊이와 장인의 열정을 느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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