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자불레 애네의 따벨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 2008, 한 병에 담긴 론의 햇살
따벨, 로제의 왕국을 탐험하다
프랑스 와인에서 '로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론(Rhône) 지역 남부에 자리 잡은 따벨(Tavel)입니다. 따벨은 프랑스 최초로 AOC를 획득한 로제 와인 산지로, 진한 색상과 풍부한 구조,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지닌 독특한 로제로 유명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폴 자불레 애네, 따벨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 2008'은 바로 이 따벨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와인입니다. 2008년이라는 빈티지가 선사하는 성숙함과 명가 폴 자불레 애네의 정교한 블렌딩이 만나, 로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깊이를 자랑합니다.
명가 폴 자불레 애네의 유산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îné)는 1834년에 설립된 론 밸리의 대표적인 네고시앙 하우스입니다. 특히 에르미타주(Hermitage)의 아이코닉 와인 '라 샤펠(La Chapelle)'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죠. 이 메종은 북부 론의 시라(Syrah)부터 남부 론의 그르나슈(Grenache), 시라, 무르베드르(Mourvèdre) 등 다양한 품종을 활용한 와인들로 론의 다양성을 증명해왔습니다. 따벨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은 그러한 그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남부 론의 밝고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담당하는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 2008, 세월이 빚은 풍요로움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Les Trois Espiègles)'은 '장난꾸러기 세 명'이라는 뜻을 지닌 이 와인은, 주로 그르나슈와 신발로(Cinsault)를 블렌딩한 전형적인 따벨 스타일입니다. 2008년은 론 지역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스타일의 균형 잡힌 해로 평가받습니다. 따벨의 경우, 선명한 산도와 적당한 알코올, 우아한 과일 향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한 구조감을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이었죠. 10년 이상의 병숙을 거친 지금, 이 와인은 신선한 과일의 생동감에서 더 나아가 복잡하고 매혹적인 2차, 3차 향으로 진화했습니다.
- 색상: 연어핑크보다는 구리빛이 감도는 진한 장미빛. 오랜 숙성의 징표입니다.
- 향: 처음에는 말린 딸기, 건포도, 살구 잼의 달콤한 향이 느껴지며, 뒤이어 허브, 감초, 가벼운 흙냄새와 같은 미네랄리티가 어우러집니다.
- 맛: 입안에서는 놀랍도록 풀바디한 느낌을 줍니다. 신선한 산딸기와 석류의 과일 맛이 여전히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라이 애플리콧, 허브티의 풍미가 길게 이어집니다. 탄탄한 탄닌과 생생한 산도의 균형이 뛰어나며, 여운이 깔끔하고 길게 지속됩니다.
따벨 와인과 음식 페어링의 즐거움
많은 이들이 로제를 가볍게 마시는 여름 와인으로만 생각하지만, 따벨 로제는 그 이상입니다. 특히 이처럼 숙성된 따벨은 다양한 음식과의 매칭을 가능하게 합니다. 가볍지 않은 구조감과 미네랄리티는 기름기 많은 요리나 향신료가 강한 요리도 거뜬히 받쳐줍니다.
- 한식: 불고기, 제육볶음, 갈비찜과 같은 육즙 가득한 고기 요리와 환상적입니다. 와인의 산도와 미네랄이 기름기를 정화시켜줍니다.
- 중식: 탕수육, 깐풍기, 마파두부 등 다양하고 강렬한 맛의 중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 양식: 지중해식 그릴드 치킨, 향신료를 듬뿍 넣은 파스타, 푸아그라, 연한 치즈(예: 생 마르셀랭)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폴 자불레 애네의 따벨을 이해하는 키워드
폴 자불레 애네 하우스의 따벨 와인은 그들의 철학을 잘 반영합니다. 북부 론의 엄격함과 우아함, 남부 론의 풍요로움과 따뜻함을 모두 아우르는 접근법이죠. 아래 표는 이 와인과 하우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 구분 | 내용 | 의미 및 특징 |
|---|---|---|
| 생산 지역 | 따벨(Tavel), 론(Rhône) | 프랑스 유일의 로제 전용 AOC. 진한 색상과 풀바디한 스타일이 특징. |
| 주요 품종 | 그르나슈, 신발로 | 그르나슈는 풍부한 과일과 알코올을, 신발로는 신선한 산도와 우아함을 더함. |
| 빈티지 2008 | 북부 론 기준: 고전적, 균형 잡힘 | 따벨 지역에도 비교적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로, 신선한 산도와 우아함을 유지한 채 구조감을 형성. |
| 와인 스타일 | 숙성 가능한 풀바디 로제 | 대부분의 로제와 달리 5-10년, 좋은 해에는 그 이상 숙성 가능. 복잡한 향미 발전. |
| 하우스 스타일 | 폴 자불레 애네 | 전통 존중과 현대적 정교함의 조화. 론 전 지역의 테루아르를 대표하는 와인 제작. |
로제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한 병
폴 자불레 애네의 따벨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 2008은 단순한 '핑크 와인'이 아닙니다. 이는 한 지역의 역사와 전통, 한 해의 날씨가 빚어낸 결과물이며, 시간이 더해져 완성된 예술품에 가깝습니다. 여름철 차갑게 마시는 신선한 로제도 좋지만, 이처럼 숙성된 따벨의 깊이와 진지함은 와인 애호가라면 꼭 한 번 경험해봐야 할 미학입니다. 병마개를 뽑는 순간, 론 강변의 따스한 햇살과 바람, 그리고 그곳의 장난기 어린 정신(에스피에글)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 와인은 로제가 가볍고 일회성의 음료가 아니라, 적포도주나 백포도주와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탐구하고 감상할 가치가 충분한 품종임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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