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드라피에 클레어밸리스, 역사와 품격이 담긴 시토회의 선물

시간을 초월한 품격, 드라피에 가문의 유산

샴페인의 세계는 화려함과 축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깊이를 들여다보면 수백 년의 역사와 정성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샴페인 드라피에(Champagne Drappier)는 1760년 설립되어 1808년 첫 수확을 시작한, 세계에서 6번째로 오래된 샴페인 메종으로 독특한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드라피에 가문은 8대에 걸쳐 샹파뉴의 중심지 오빌(Aube) 지역에서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혁신을 이어가고 있죠. 특히 그들이 선보이는 '클레어밸리스(Clarevallis)' 라인은 단순한 샴페인을 넘어, 중세의 고요함과 영적 가치가 와인에 스며든 특별한 작품입니다.

클레어밸리스의 기원: 시토회 수도원에서 흘러나온 이름

'클레어밸리스'라는 이름은 1115년 성 베르나르도(Saint Bernard)가 설립한 유명한 시토회 수도원 클레르보(Clairvaux)에서 유래했습니다. '밝은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이 수도원은 엄격한 규율과 금욕, 노동을 중시했으며, 주변 지역에 포도주 양조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드라피에 가문은 이 역사적, 영적 유산에 경의를 표하며, 수도원의 정신을 담아낸 샴페인에 '클레어밸리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땀과 신앙,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죠.

클레어밸리스는 대표적으로 NV(Non-Vintage) 브뤼와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스타일로 출시됩니다. 두 제품 모두 드라피에의 핵심 철학인 피노 누아(Pinot Noir)의 풍부함과 우아함을 잘 보여주며, 각기 다른 도수 감미로(dosage)로 인해 매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샴페인들은 국내에서는 대형 마트나 편의점(예: 세븐일레븐)의 카드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진 경우도 있어, 특별한 날을 더욱 빛내고 싶을 때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클레어밸리스의 품종 구성과 풍미 특징

드라피에의 클레어밸리스는 샹파뉴 지역에서 드물게 사용되는 피노 블랑(Pinot Blanc)까지 포함한 독특한 블렌딩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드라피에만의 전통적인 품종 구성을 고수하는 결과로, 복잡하면서도 균형 잡힌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 피노 누아 (75%): 블렌드의 주축을 이루며, 구조감과 바디, 붉은 과일(산딸기, 체리)의 풍부한 아로마를 제공합니다.
  • 피노 뮈니에 (10%): 과일향을 더욱 신선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며, 부드러운 입질을 더합니다.
  • 샤르도네 (10%): 산미와 우아함, 미네랄 감을 선사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줍니다.
  • 피노 블랑 (5%): 드라피에의 시그니처 품종으로, 독특한 꽃향기와 신선함, 부드러운 끝맛을 더하는 포인트가 됩니다.

이러한 블렌딩 덕분에 클레어밸리스는 힘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맛을 선사합니다. 첫 모금은 신선한 녹사과, 배, 시트러스 노트와 함께 섬세한 꽃향기가 느껴지며, 뒤이어 피노 누아에서 비롯된 살짝 구운 빵, 견과류, 베리류의 풍미가 입안을 감돕니다. 탄산은 미세하고 지속력이 뛰어나며, 여운은 깨끗하고 긴 편입니다.

클레어밸리스 NV vs 클레어밸리스 엑스트라 브뤼 NV

클레어밸리스 라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두 가지 스타일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도수 감미로'란 2차 발효 후 죽은 효모를 제거한 뒤 첨가하는 설탕과 와인의 혼합물을 말하며, 이 양에 따라 샴페인의 단맛과 스타일이 결정됩니다.

항목 클레어밸리스 NV (Brut) 클레어밸리스 엑스트라 브뤼 NV (Extra Brut)
도수 감미로 약 8-9g/L (Brut 기준) 약 3-4g/L (Extra Brut 기준)
주요 스타일 균형 잡힌 클래식 스타일 건조하고 현대적인 스타일
풍미 특징 과일의 풍부함과 산미, 약간의 부드러운 단맛이 균형을 이룸. 접근성이 높고 폭넓은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음. 과일 본연의 맛과 미네랄 감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됨. 깨끗하고 건조한 여운. 지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니아들에게 적합.
음식 페어링 생선회, 해산물, 치킨, 크림 소스 파스타, 약한 향의 소프트 치즈 감바스, 굴, 회, 튀긴 음식, 젓갈, 강렬한 풍미의 고체 치즈
추천 포인트 샴페인 입문자나 다양한 자리에서 무난하게 즐기고 싶을 때 더 건조하고 순수한 풍미를 즐기고 싶은 애호가나, 식전주로 깔끔하게 마시고 싶을 때

어떤 순간에, 어떻게 즐길까?

클레어밸리스는 그 이름이 암시하듯 특별한 의미를 담은 순간과 잘 어울립니다. 단순한 축하의 자리를 넘어, 작은 성취를 스스로 격려하는 시간(예: 아이들 방학 끝난 기념), 오랜만의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 혹은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와인을 대화의 주제로 삼고 싶은 모임에 완벽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엑스트라 브뤼는 특히 와인에 조예가 깊은 친구를 초대했을 때 내놓으면 대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서빙 온도는 8-10°C가 적당합니다. 너무 차갑게 하면 미묘한 아로마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바른 온도에서 마셔야 그 복잡미묘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넓은 타입의 샴페인 글라스나 화이트 와인 글라스에 따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향을 더 잘 모아주고, 과일 향을 부각시켜 줍니다.

평가와 합리적인 구매를 위한 팁

클레어밸리스 엑스트라 브뤼 NV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로부터 94점, 안토니오 가로니(Antonio Galloni)로부터 91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는 그 품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죠. 국내에서 구매할 때는 대형 마트, 백화점 와인샵, 또는 주요 편의점의 정기적인 카드 할인 행사(예: 20% 할인)를 활용하면 7만원 중반에서 8만원 대에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NV이므로 빈티지별 변동이 적고 안정된 품질을 기대할 수 있어, 언제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샴페인입니다.

결국 샴페인 드라피에 클레어밸리스는 단순한 스파클링 와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드라피에 가문이 지켜온 전통의 맛이자, 중세 시토회 수도사들의 고요한 노동 정신이 스며든 역사의 한 잔입니다. 화려한 축제의 순간뿐만 아니라,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품격을 음미하고 싶은 조용한 시간을 위해, 이 깊이 있는 샴페인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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