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누아 엉뜨의 부르고뉴 알리고떼 안티슈톤 2019, 한 잔에 담긴 명가의 변주

알리고떼의 재발견, 브누아 엉뜨의 도전

부르고뉴의 백포도주 하면 샤르도네가 당연히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그 그림자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품종이 있습니다. 바로 알리고떼입니다. 한때는 단순하고 산미만 강한 품종으로 여겨져 키프레스나 카시스 칵테일의 재료 정도로만 취급받았던 알리고떼는, 열정적인 생산자들에 의해 그 진가를 재발견받으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도멘 브누아 엉뜨(Domaine Benoit Ente)가 있습니다. 특히 그의 '안티슈톤(Antichtone)' 라벨은 알리고떼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품종임을 증명하는 걸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명문 엉뜨 가문의 또 다른 별, 브누아 엉뜨

브누아 엉뜨는 부르고뉴 최고의 명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르노 엉뜨(Domaine Arnaud Ente)의 수장, 아르노 엉뜨의 동생입니다. 아르노 엉뜨의 퓌메 블랑쉬나 뫼르쏘 1급원 등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과 압도적인 품질로 '3대장'을 넘어선 존재감을 발휘하는 동안, 동생 브누아는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1990년대 초, 고모와 함께 약 2헥타르의 포도원을 물려받으며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시작한 그는 퓌리쉬-몽라셰와 샤싸뉴-몽라셰 지역에 뿌리를 둔 독자적인 도멘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그의 철학은 정밀함과 순수함에 있습니다. 포도 재배에서 병행 작물, 유기 농법을 실천하며 최소한의 개입을 원칙으로 합니다. 양조 과정에서는 자연적인 발효, 새 오크통 사용의 최소화를 통해 각 포도원의 테루아르를 가장 투명하고 정직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그의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특히 알리고떼에서 더욱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앙티슈톤(Antichtone)의 의미와 2019 빈티지

'앙티슈톤(Antichtone)'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안티고네'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규범이나 통념에 맞서는 저항 정신을 상징합니다. 브누아 엉뜨가 이 이름을 알리고떼 와인에 붙인 것은, 당시 저평가되던 알리고떼 품종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도전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는 알리고떼를 최고의 포도원에서 정성껏 키워, 샤르도네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복잡성과 세련미를 지닌 와인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2019년은 부르고뉴 전역에서 뛰어난 빈티지로 기록됩니다. 겨울의 추위와 봄의 서리 위험, 더위와 가뭄이 교차했던 이 해는, 생산량은 줄었으나 농도 높고 균형 잡힌 포도를 선사했습니다. 특히 알리고떼와 같이 산미가 중요한 품종에게는 충분한 숙성 기간과 함께 선명한 산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 집중도 높으면서도 신선함을 겸비한 와인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브누아 엉뜨 부르고뉴 알리고떼 안티슈톤 2019 테이스팅 노트

이 와인은 단순한 알리고떼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집니다. 창백한 금빛을 띠는 색상에서부터 세련미가 느껴집니다. 코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레몬 제스트, 라임, 녹색 사과의 신선한 과실 향과 함께, 섬세한 백색 꽃향기, 그리고 부드러운 미네랄과 초크 향이 어우러져 복잡한 향기를 빚어냅니다. 입안에서는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생생하고 청량한 산도가 느껴지며, 과실의 풍미와 미네랄리티가 조화를 이룹니다. 중간 이상의 바디감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며, 여운은 깨끗하고 길게 남습니다. 이는 마치 퓌리쉬-몽라셰의 우아한 샤르도네를 연상시키는 세련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브누아 엉뜨 알리고떼 라인업 비교

브누아 엉뜨는 여러 알리고떼 와인을 생산합니다. 그의 알리고떼 포도나무는 대부분 50년 이상된 노령목으로, 깊이와 농도를 더합니다. 주요 라인업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와인 이름 주요 특징 포도원/노트
부르고뉴 알리고떼 (Bourgogne Aligoté) 진입 장벽이 낮고 일상적으로 즐기기 좋은 기본 큐베. 신선한 과실과 직선적인 산도. 여러 포도원의 포도를 블렌딩. 가볍고 마시기 좋은 스타일.
부르고뉴 알리고떼 앙티슈톤 (Bourgogne Aligoté "Antichtone") 최고의 알리고떼를 표방하는 플래그십. 가장 농도 있고 복잡하며 세련된 스타일. 노령 포도나무에서 엄선한 포도로 만듦. 오크 배럴에서 숙성되며 깊이와 텍스처가 풍부.
부르고뉴 알리고떼 "마틸데" (Bourgogne Aligoté "Mathilde") 앙티슈톤과 또 다른 특색을 지닌 싱글 포도원 혹은 특별한 블렌딩. 정확한 정보는 도멘에 따라 다름.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한정 생산품. 특정 테루아르의 개성을 강조.

음식 페어링과 감상 포인트

브누아 엉뜨 안티슈톤 2019의 세련된 산도와 미네랄리티는 다양한 요리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 해산물: 생오징어 회, 초밥(특히 흰살생선), 그릴에 구운 대구나 도미, 갈릭 버터를 곁들인 조개류.
  • 가금류: 삶은 혹은 포치드 치킨, 훈제 치킨 샐러드.
  • 치즈: 생 치즈인 셰브르(염소 치즈)와의 궁합이 특히 뛰어납니다.
  • 기타: 크림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 감자 그라탱.

감상 포인트는 적정 온도(10-12°C)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너무 차갑게 하면 복잡한 향이 닫힐 수 있습니다. 디켄터링은 필요하지 않으나, 병에 따라 약간의 공기 접촉 후 점차 열리는 향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이 와인은 현재도 매우 즐겁지만, 3-5년 정도의 적당한 병숙을 통해 더욱 다감해지고 융합된 모습을 보여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위치와 가치

브누아 엉뜨의 와인, 특히 안티슈톤은 이미 수집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의 형 아르노 엉뜨의 와인이 차지하는 최정상 포지션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는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일 뿐, 일반적인 부르고뉴 알리고떼의 가격대를 훌쩍 뛰어넘는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내는 와인의 압도적인 품질에 대한 시장의 인정입니다. 로버트 파커 팀(RP)이나 《와인 스펙테이터》(WS)와 같은 주요 평론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90점대 중후반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그 증거입니다.

결국 브누아 엉뜨의 부르고뉴 알리고떼 안티슈톤 2019는 한 잔의 와인이 가진 가능성을 재정의합니다. 이는 알리고떼라는 품종에 대한 편견을 깨는 '저항(Anti-)의 정신'이자, 명문 가문의 피를 이어받았되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한 생산자의 열정과 정밀함이 결집된 결과물입니다. 부르고뉴의 깊은 맛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일상의 위스퍼에서 벗어나 특별한 순간을 빛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와인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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